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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사학회지, 제35권 제3호 (2013), 499-519

[기획논문] 과학교육에서 과학사의 응용: 입자개념의 발달에 대한 과학사적 고찰이 과학교육에 주는 함의

by 백성혜 (한국교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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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In this study, I suggest to use history of science for teaching scientific reasoning of scientists. I provide some educational materials from history of particle theory developed by Gay-Lussac, Dalton, Avogadro, Cannizzaro, etc. This study shows that educational materials using history of science help to improve teaching by compensating for revised science curriculum of Korea.
주요어 science education and history of science, particle theory, chemical education, history of chemistry

1. 들어가며


과학교육과 과학사는 매우 긴밀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과학교과서에 수록된 내용은 대부분 과학사적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그런데 과학교육의 가장 큰 고민은 단편적 지식을 암기하는 방식의 교육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교사와 학생들은 교과서에 제시된 지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응용하는 문제에 매달린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여러 가지 방안 중 하나는 과학교과서에 나오는 과거의 과학자들이 그 당시의 상황에서 어떤 사고를 했는가를 추론함으로써 오늘날 과학을 배우는 학생들이 진정한 과학적 사고를 이해하도록 내용을 재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학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훌륭한 과학자를 길러내기 위한 기초 학문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과학사 연구는 과학교육에 주는 함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과학교육에서 다루는 개념 중에 과학사적 고찰의 가치가 높은 것으로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 개념의 발달을 들 수 있다. 입자의 개념은 초등학교 물질의 상태를 다루는 시기부터 고등학교까지 자연 현상을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사고의 틀로 제시되며, 학년에 따라 보다 정교화된 형태로 발달한다. 그러나 과학교육에서 다루는 입자 개념의 전개 방식은 과학사적으로 과학자들의 사고 과정과 다르기 때문에 학생들이 과학 수업을 통해 과학자들의 창의적인 사고를 접하고 과학이라는 학문을 이해하는 과정이 부족하다. 과학교육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인 탐구적 사고를 기르기 위해서 입자 발달에 기여한 게이뤼삭, 돌턴, 아보가드로, 칸니차로의 사고 과정을 고찰해 보고, 이러한 과학자들의 창의적인 사고가 과학교육에 반영되기 위한 방안을 살펴 보고자 한다.

이 4명의 과학자들 중 게이뤼삭과 돌턴, 아보가드로는 동시대의 사람으로 서로 깊은 영향을 주고받았으나, 다른 사고방식을 고수하였다. 그리고 칸니차로는 아보가드로의 사고를 심화 확장시킨 역할을 하였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게이뤼삭과 돌턴, 아보가드로의 사고 과정을 비교 분석하면서  궁극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과학자의 창의적 사고가 형성되고 발전되는지 살펴보았다.

 


2. 입자 개념의 역사

 

2.1. 게이뤼삭(Joseph Louis Gay-Lussac)의 사고 과정 


근대 과학사에서 의미 있는 입자 개념의 출발은 라부아지에(Antoine Laurent Lavoisier, 1743-1794)로부터 찾을 수 있다. 1772년에 라부아지에가 질량보존의 법칙을 발견한 후, 많은 화학자들은 화학반응에서 ‘질량’에 집중하기 시작하였으며, 프루스트(Joseph Louis Proust, 1754-1826)도 화합물 질량의 일정성분비 규칙성을 통해 돌턴(John Dalton, 1766-1844)이 주장하는 일정한 질량을 가진 원자설을 지지하였다. 그러나 그 당시 유명한 과학자였던 베르톨레(Claude Louis Berthollet, 1748-1822)는 일정성분비의 법칙을 주장하는 프루스트의 의견에 반대하여 원소는 다양한 성분비로 결합할 수 있으므로 화합물의 구성 원소의 질량비는 일정하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베르톨레의 제자였던 게이뤼삭(1778-1850)은 그 당시 기체 반응의 법칙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기체의 부피에 관한 실험은 게이뤼삭이 최초로 진행한 것은 아니다. 1789년 저서 ≪화학원론(Traité Élémentaire de Chimie)≫의 제Ⅷ장(95쪽 실험 3, 98쪽 실험4)에서 라부아지에는 수소 기체 2부피가 산소 기체 1부피와 정확하게 완전히 반응하여 물을 형성한다고 진술하고 있다.1) 그러나 라부아지에는 그 실험 결과의 의미를 밝히기도 전에 프랑스 혁명의 와중에 목숨을 잃었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1805년, 게이뤼삭은 훔볼트(Alexander von Humboldt, 1769-1859)와 함께 유디오미터(eudiometer)를 사용하여 전기 불꽃으로 수소와 산소가 화합하는 부피비가 1.9989:1임을 알아내었다. 그는 이를 통해 수소와 산소가 2:1로 결합한다고 주장하였다.2) 그리고 이와 관련된 실험을 더 진행한 후, 1808년 프랑스 학술진흥협회(Société Philomathque)에서 발간하는 Mémoires de la Société d'Arcueil 제 2권(1809)에 연구 결과를 실었다. 게이뤼삭은 자신의 연구 결과가 돌턴의 원자론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스승의 영향으로 기체 반응의 법칙에 대한 자신의 논문에서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는 않았다.3)

게이뤼삭은 반응하거나 생성되는 기체의 부피가 정수비로 관찰되는 기체 반응의 실험 결과로부터 원자의 종류와 상관없이 원자의 개수와 부피를 대응하는 관계를 생각해 내었다.4) 그가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근거는 이미 그 당시 밝혀진 보일(Robert Boyle)과 샤를(Jacques Charles)의 연구와 이에 영향을 받아 스스로 수행한 실험 결과였다.

보일은 수은을 이용하여 일정량의 공기를 U자형관의 짧은 쪽에 넣어 막고, 입이 열린 긴 쪽에서 수은을 주입하는 실험을 수행하였다.5) 그 결과 주입한 수은의 양이 증가함에 따라 밀폐시킨 기체의 부피가 줄어드는데, 이 공기에 걸리는 압력이 2기압이 되면 원래 부피의 1/2, 3기압이 되면 1/3의 부피가 되었다.6) 또한 그는 공기와 그 밖의 다른 기체의 압축을 증명하는 실험도 했는데, 기체가 절반의 공간으로 압축된다는 사실을 완벽한 피스톤을 만들어 보여주기도 했다.7) 1662년에 보일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공기의 탄력과 무게에 관한 학설의 옹호”라는 논문으로 제출하고 ‘어떠한 기체든지 압력이 증가하면 부피가 감소한다. 그리고 그 비율은 기체의 종류에 상관없이 거의 일정하다.’는 주장을 하였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PV=K(압력 X 부피 = 상수)이다.

1787년 프랑스의 물리학자 샤를은 “산소, 질소, 수소, 이산화탄소, 공기는 0℃와 80℃사이에서 같은 비율로 팽창한다.”는 실험 결과를 얻었으나, 이를 논문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1801년에 게이뤼삭은 기체의 열팽창에 대한 실험을 통해 “모든 기체 및 증기는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동일한 온도 상승에 대해 같은 비율로 팽창한다.”는 게이뤼삭의 법칙을 발표하였다.8)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를 샤를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일련의 실험 결과들로부터 게이뤼삭은 기체들이 종류에 상관없이 일관적인 특성을 나타낸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게이뤼삭의 법칙과 같이 모든 기체가 같은 규칙성을 따른다면 이는 기체의 종류에 상관없는 일관된 특성으로 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게이뤼삭은 돌턴의 부분압력 법칙에서도 원자의 개수와 압력의 비례 관계에 주목하였다. 돌턴에 따르면 비록 원자의 종류에 따라 주어진 부피 내에 존재하는 원자의 수는 다르지만, 입자의 개수가 증가할수록 압력이 증가한다. 만약 여러 종류의 기체가 아닌 한 종류의 기체만 있을 경우, 돌턴에 따르면 기체 입자의 양이 2배로 늘어나면 압력도 2배로 증가할 것이다. 이것을 보일의 법칙과 연결하면 PV=nK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게이뤼삭은 입자의 종류에 상관없이 ‘입자 개수와 부피 대응 관계’를 생각하였다.

그림 1. 동일 기체의 경우 부피와 압력 관계에서 Boyle 법칙과 돌턴 법칙의 관련성

 

+

  산소기체 1기압 + 산소기체 1기압

P1・V1

(1・2)

 

=

산소기체 2기압

P2・V2

(2・1)

그러나 게이뤼삭은 ‘입자 개수와 부피 대응 관계’라는 자신의 추론이 실제 실험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문제에 부딪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수소 기체와 산소 기체가 모두 같은 부피 안에 같은 원자 수를 가진다면, 두 기체가 반응하여 수증기가 생성될 경우, 2부피의 수소와 1부피의 산소가 결합하면 생성되는 수증기는 반응물의 최소 부피인 산소 1부피와 같아야 한다. 그러나 생성물인 수증기는 2부피가 되므로 그가 발견한 기체반응의 법칙은 돌턴의 원자설에 맞지 않는 모순이 생기는 것처럼 보였다. 반응물의 최소 부피의 2배가 되는 생성물의 부피가 만들어지려면 돌턴의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원자가 둘로 쪼개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2부피가 된 생성물에 반응물인 산소가 균일하게 포함되어야 한다는 가정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게이뤼삭은 이러한 모순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돌턴에게 원자 가설을 수정하도록 제안하였으나, 돌턴은 그의 제안을 거절하였다.9) 불행하게도 게이뤼삭은 그 후에 기체반응의 법칙을 통해 찾을 수 있었던 물질 구성 입자에 대한 중요한 연구를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였다. 아마도 그의 신중한 성격과 베르톨레라는 스승의 영향 때문이었을 것이다.



2.2. 돌턴의 원자 개념


돌턴은 게이뤼삭의 제안을 거절하였을 뿐만 아니라, 게이뤼삭의 실험 결과가 정확한 정수비로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기체 반응의 법칙을 증명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그 이유는 돌턴의 원자설이 게이뤼삭의 원자 개수와 부피 대응 관계를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베르톨레와 프루스트가 일정성분비 법칙에 대한 시각 차이로부터 혼합물과 화합물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있었을 때, 돌턴도 대기 속의 수증기에 대해 같은 문제를 검토하고 있었다. 베르톨레는 비중이 다른 두 가지 기체가 균일하게 서로 섞이는 이유를 기체 사이의 화학적 친화력으로 설명하였고, 돌턴은 입자 간에 작용하는 물리적 힘으로 설명하였다. 돌턴은 공기의 균일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라부아지에의 ‘열소(caloric)’ 개념을 발전시킨 ‘열소 덮개(caloric envelopes)’ 개념을 도입하였다.10) 그는 각각의 입자들은 자신과 같은 종류의 입자들과만 반발하며 서로 다른 입자는 아무런 힘도 작용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였다. 그리고 같은 종류의 원자는 열소 덮개의 반발력으로 다른 원자를 튕겨내어 균일하게 분포하는데, 다른 종류의 기체가 혼합하였을 경우 그 원자와는 아무런 반발력도 작용하지 않아 균일하게 혼합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가정을 근거로 그는 ‘혼합기체에서 각각의 기체는 단독으로 존재할 경우 나타내는 압력과 동일한 압력을 나타내며, 각 기체의 부분 압력의 총합이 혼합 기체의 전체 압력이 된다.’는 부분 압력의 법칙을 1801년에 발표하였다. 부분 압력의 총합이 혼합 기체의 전체 압력이 된다는 이 법칙은 실험이 아닌 기체의 압력에 대한 돌턴의 사고로부터 도출된 법칙인 것이다.

돌턴은 일정한 부피의 기체 속에 얼마나 많은 원자들이 있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특정 원자의 무게를 측정할 수는 없었지만, 같은 종류의 기체라면 주어진 부피 내에 항상 같은 수의 원자가 존재한다는 가정하고 원자의 상대적인 무게를 측정하였다. 그리고 부분압력의 법칙에서 기체가 얼마나 들어있는가 하는 것이 그 기체의 압력을 나타낸다고 표현하였다. 혼합 기체에서 각 기체가 나타내는 압력은 그 기체의 양에 비례한다.10) 예를 들어 수증기(aqueous vapour), 산소 기체(oxygenous gas), 질소 기체(azotic gas), 탄산 기체(carbonic acid gas)가 섞여 있는 혼합 기체에 대한 그림에서 각 기체가 1기압의 압력을 가지고 있다면, 이 기체들이 섞여 있는 혼합기체가 같은 부피일 경우 4기압을 나타낸다(<그림 2> 참조).

그림 2. 돌턴의 부분압력법칙. 출처: Colin Ronan, Science: It's History and Development Among The World's Culteres (Culture Books, 1982).

+

+

+

 

수증기

1기압

+

산소기체

1기압

+

질소기체

1기압

+

탄산기체 

1기압

혼합기체 

4기압

P수증기

1

+

 

P산소

1

+

 

P질소

1

+

 

P탄산

1

=

 

P전체

4

<그림 2>를 보면, 일정한 압력과 부피의 기체 안에 원자의 종류가 다르면 다른 수의 원자를 포함한다는 그의 생각을 볼 수 있다. 돌턴은 원자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열소 덮개를 원자 주위에 막대기 형태로 표현하였다(<그림 3> 참조). 열소 덮개의 크기는 동일한 원자의 경우에 같고, 다른 원자와는 차이가 난다. 따라서 원자들마다 다른 반발력을 가지기 때문에 동일한 부피 안에 원자의 종류마다 다른 개수가 들어있다고 생각하였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A New System of Chemical Philosophy에 제시하였다. <그림 3>에 따르면, 강한 반발력을 가진 수소와 탄산은 같은 공간 안에 적은 양의 입자가 존재하고, 상대적으로 반발이 약한 질소나 산소는 같은 공간 안에 많은 양의 입자가 존재한다.

그림 3. 서로 다른 크기의 열소 분위기를 가진 원자 부피에 대한 돌턴의 생각. 출처: 이길상, 같은 책, p. 85.

 

2.HCl 3.CO  4.CO2  5.HS  6.HP 7.H 8.CH2

9.HO4 10.NO 11.SO2 12.N2O 13.NH 14.CH 15.O 16.N

돌턴은 원소마다 다른 크기의 열소 덮개 때문에 기체들이 반응할 때 부피비는 정수비로 나타나지 않으며, 게이뤼삭의 실험 결과 나타난 1.9989:1은 정수비가 아니므로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는 측정값과 이론값에 대한 차이를 인식하는 것에 있어서 게이뤼삭과 돌턴의 시각이 달랐음을 의미한다.

돌턴은 비록 기체반응의 법칙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이를 자신의 가설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그림 4> 참조). 수소 기체와 염소 기체가 반응하여 염화수소 기체가 만들어지는 반응이나 수소 기체와 산소 기체가 반응하여 수증기를 만드는 반응에서 열소 덮개 때문에 일정 부피 안에 다양한 수의 원자가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게이뤼삭의 생각과 달리 반응물의 최소 부피와 생성물의 부피가 같아야 한다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4. 기체가 결합하는 부피에 관한 게이뤼삭의 실험 결과에 대한 돌턴의 생각.

또 다른 반증의 사례로 돌턴은 산소 원자와 탄소 원자가 하나씩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일산화탄소를 예로 들었다. 산소 기체는 산소 원자로 이루어졌으므로 산소 원자와 탄소 원자가 결합한 일산화탄소보다 더 가벼워야 하는데, 같은 부피에서 산소 기체의 무게가 일산화탄소 기체의 무게보다 더 무겁다는 것이다.  돌턴은 이 결과가 산소 기체 안의 산소 원자 수가 일산화탄소의 수보다 많기 때문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이 결과가 일정한 부피 안에 일정한 수의 원자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게이뤼삭의 가설을 반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 결과가 산소 기체 안에는 산소 원자의 형태로 존재한다는 돌턴의 생각, 즉 열소 덮개에 의한 반발력 때문에 같은 종류의 원자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가설에 대한 반증으로도 볼 수 있다는 점을 그는 인식하지 못하였다.



묶음 개체입니다.

그림 5. 돌턴과 게이뤼삭의 생각을 근거로 한 반응물과 생성물 기체 부피의 관계.



2.3. 아보가드로(Amedeo Carlo Avogadro)의 ‘분자’ 개념


게이뤼삭의 기체반응의 법칙과 돌턴의 원자설의 논쟁을 정리하고, 이 두 법칙을 조화시킨 과학자가 바로 아보가드로다. 그는 그 당시 밝혀진 질량 보존의 법칙이나 일정성분비의 법칙 등을 모순 없이 설명할 수 있는 돌턴의 원자설을 받아들이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게이뤼삭에 대한 돌턴의 반증에도 불구하고, 돌턴의 의견을 고수할 경우 서로 다른 기체 입자마다의 고유한 상호작용을 고려해야하는 복잡성을 피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돌턴의 원자설은 과학의 중요한 신념인 ‘단순성’과 ‘예측 가능성’에서 한계를 가졌다.

아보가드로의 연구는 전기, 액체의 열팽창, 모세관 현상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으나, 그중 후대까지 영향을 미친 가장 중요한 연구물은 1811년 Journal de Physique에 게재된 “물체의 원소 입자의 상대적 질량과 화합물 중의 원소 입자의 화합비를 결정하는 방법에 관한 시론(Essay on a Manner of Determining the Relative Masses of the Elementary Molecules of Bodies, and the Proportions in Which They Enter into These Compounds)”이라는 논문이다.11) 이 논문에서 그는 기체 밀도의 비로부터 기체 물질의 분자량을 결정하는 방법과 그 근거가 되는 가설을 주장하였다. 아보가드로가 게이뤼삭이 부딪쳤던 문제에 대해 고민하였다는 것을, 이 논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총 8절로 이루어진 이 논문의 Ⅱ절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화합물에 대해서 우리의 가설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려할 수 있다. 두 개 이상의 원소 분자(elémentairy molécule)로 이루어진 화합 분자(compound molécule)의 질량은 이들 원소 분자(elémentairy molécules)의 질량 합과 같아야 한다. 그리고 특히, 만약 화합물에서 어떤 물질의 분자(molécules) 1개가 다른 물질의 2개 이상의 분자(molécules)와 결합하는 경우, 화합 입자(compound molécules)의 개수는 최초 물체의 입자수와 같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우리의 가설에 따르면, 어떤 기체가 그 기체 부피의 2배 이상인 다른 기체와 결합할 때 생성하는 화합물이 기체이면, 그 결과 화합물은 처음 반응하는 기체의 부피와 같은 부피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실제 현상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게이뤼삭이 밝힌 바와 같이, 기체 상태에서 생성물인 수증기의 부피는 그 성분 물질인 산소 기체의 부피보다 2배나 더 크다.12)


돌턴의 주장에 근거하여 원소 기체는 원자의 형태로 존재하고, 게이뤼삭의 주장처럼 같은 부피 속에 같은 수의 입자(돌턴은 원자로, 아보가드로는 분자로 표현)가 들어있다고 가정하면, 부피가 1인 어떤 기체가 부피 2인 다른 기체와 반응할 경우 생성되는 화합물 기체의 부피는 1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게이뤼삭이 발견한 것처럼 산소 1부피와 수소 2부피가 반응하면 수증기 2부피가 생성되기 때문에, 돌턴의 원자설 중 가장 중요한 개념인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물질의 기본 단위’인 원자가 쪼개져야 한다(<그림 6>).

이러한 설명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아보가드로는 새로운 가설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종류의 사실을 우리의 가설로도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즉, 다음과 같이 가정하는 것이다. 어떤 단순 기체의 ‘분자 구성체(molécule constituante)’, 즉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거리에 있으며, 그 기체를 구성하는 분자는 단 하나의 원소 분자(solitary elementary molécule)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인력에 의해 하나로 결합한 어떤 수의 분자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다른 물질 분자가 이 분자와 결합하여 화합물 분자(compound molécules)를 형성할 경우, 그 때에 생기는 완전한 분자(integral molécule)는 2개 이상의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즉, 이러한 완전한 분자(integral molécule)는 처음 물질을 이루는 원소 분자(elementary molécules)의 1/2, 1/4 등으로 나누어질 수 있으며, 이 완전한 분자는 다른 물질의 성분 분자의 1/2, 1/4 등과 결합할 것이다.... 그 결과, 화합물의 완전한 분자는 분열이 일어나지 않으며, 또한 생성기체의 부피는 처음 물질의 부피보다 2배, 4배 등이 되는 현상을 만족시킬 수 있다.13)


아보가드로가 설명한 ‘완전한 분자(integral molécule)’는 돌턴의 원자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개념인 ‘분자 구성체(molécule constituante)’는 돌턴의 원자를 쪼개지 않기 위해 만들어낸 창의적 산물이다.


M. 게이뤼삭은 기체는 항상 매우 간단한 정수의 부피비로 결합하고, 그 결합 결과 생성된 기체의 부피 역시 성분 기체의 부피와 정수비를 이룬다는 흥미 있는  논문(Mémoires de la Société d’Arcueil, Tome II.)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화합물(compounds)에서 물질의 양적인 비율은 오직 결합하는 입자의 상대적 개수와 결합의 결과로 생성되는 ‘구성 분자(composite molécules)’의 상대적 개수에만 의존하는 것 같이 여겨진다. 기체물질의 부피와 그것을 형성하는 단순 분자나 화합물 분자(simple or compound molécules)의 개수 간에도 정수비가 성립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 관계로부터 유일하게 내릴 수 있는 오직 하나의 가설은 어떠한 기체에 있어서도 같은 부피 내에서는 항상 같은 수의 ‘나눌 수 있는 완전체(molécule intégrante)’가 존재하고, 항상 부피에 비례한다는 가설이다.14)


그림 6. 물 발생 반응의 부피비.(아보가드로의 생각)

묶음 개체입니다.

 

 

 

산소 1부피

 

수소 2부피

 

수증기 2부피

이 논문에서 아보가드로는 물질의 반응에 관여하는 모든 입자들을 분자(molécule)로 표현하고 있다. 그는 현대 화학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수소원자 H를 1로 가정하여 분자량을 계산하지 않고, 분자인 H2를 1로 가정하고 설명하였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15) 그가 사용한 용어를 살펴보면 돌턴의 ‘원자(atom)’대신 ‘반분자(half molécule)’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물질의 성질을 가지는 가장 작은 단위체인 분자를 ‘나눌 수 있는 완전체(molécule intégrante)’, 혹은 ‘구성 분자(composite molécules)’나  ‘분자 구성체(molécule constituante)’라는 용어로 표현하였다. 또한 같은 종류의 원자가 결합한 분자를 ‘원소 분자(elementary molécules)’나 ‘분자 원소(molécule elémentaire)’라고 표현하였다.16) 그리고 ‘단순 분자(simple molécules)’는 원소를, 화합물 분자(compound molécules)는 화합물을 의미한다.

한편 돌턴은 물질을 구성하는 모든 입자를 원자(atom)로 표현하였다. 예를 들어 화합물은 ‘복잡한’ 원자로 표현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아보가드로는 돌턴과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에 대한 생각의 차이를 강조하고 싶었다고 할 수 있다. 돌턴은 더 이상 나누어지지 않는 특성을 강조하였다면, 아보가드로는 물질의 기본 단위가 더 나누어질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2.4. 가열에 의한 기체 부피 팽창에 대한 돌턴과 아보가드로의 사고 차이

  

아보가드로는 게이뤼삭과 마찬가지로, 기체 부피의 정수비 규칙성을 나타내는 기체반응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서 물질의 종류와 상관없이 같은 부피 안에 같은 수의 입자를 포함한다는 가설을 지지하였다. 이 때문에 돌턴의 열소 덮개 개념을 버리고 기체 상태의 원소를 구성하는 원자들은 비록 같은 종류라 하더라도 결합할 수 있는 형태로 존재할 것이라고 가정하였다. 이것은 바로 게이뤼삭이 돌턴의 원자설에서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던 부분이다. 그러나 이를 정리하여 제시한 사람은 아보가드로이었으므로, 이 점이 아보가드로의 창의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보가드로의 중요한 가설인 ‘어떠한 기체라도 같은 부피 속에서 항상 같은 수의 ‘나눌 수 있는 완전체(molécule intégrante)’가 존재한다.’는 생각은 게이뤼삭의 ‘화합물의 부피비를 결정하는 것이 오직 결합하는 입자의 상대적인 수와 관련되어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도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게이뤼삭은 스승의 영향으로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가지 못하였으며, 이러한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아보가드로는 자신의 사고를 완성하여 논문으로 게재할 수 있었다는 차이점이 있었다.

1811년 논문을 살펴보면 아보가드로는 비록 돌턴이 제안한 ‘열소 덮개’의 개념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였지만, 돌턴의 설명과 차이를 보인다.


...만약 우리가 주어진 부피 안에 포함된 분자의 수가 기체마다 다르다고 가정했을 경우, 각기 다른 분자 사이의 거리를 규제하는 상세한 법칙으로부터 모든 경우에서 해당하는 부피와 분자 수 사이의 관계를 상상하는 것을 불가능하다. 반면에, 기체 분자가 그들의 상호작용이 존재할 수 없는 먼 거리에 존재한다는 것은 매우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기체는 다른 상태보다 더 큰 부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원자의 열소 덮개의 모양은 응축되어 제한적으로만 작용할 것이다. 그 결과 기체의 경우에는 분자들 사이의 거리와 관계없기 때문에 같은 부피에서 같은 분자의 수를 포함한다. 그러나 돌턴은 이와 반대되는 가설을 제안했다. 즉, 기체 상태에서 열소의 양은 모든 같은 분자에서 항상 동일하지만, 열소에 의해 더 크거나 작은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분자 주위의 열소 크기의 팽창이나 응축에 의해 분자들 사이의 거리가 변화한다는 것이다.17)


아보가드로는 고체나 액체 상태보다 기체의 부피가 더 크므로, 분자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열소 덮개의 크기가 제한되어 기체 분자끼리 서로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열소 덮개의 크기에 따라 같은 부피 안에 다른 분자 수가 존재한다는 돌턴의 생각은 잘못되었다고 보았다.

돌턴은 물질에 열을 가해주었을 때 기체의 부피가 팽창하는 것으로부터 원자가 가지는 열소 덮개가 커지는 것이라고 가정하였다. 그러나 아보가드로는 기체 부피가 물질의 다른 상태보다 크므로 분자 사이의 거리가 멀어서 오히려 열소 덮개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물질을 가열하였을 때 돌턴은 원자 주위를 둘러싼 열소 덮개가 더 커진다고 보았으므로 원자의 입장에서는 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었지만, 아보가드로는 가열에 의한 팽창을 입자 사이의 거리 변화로 보는 동적 사고를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아보가드로는 가열에 의한 분자 운동을 생각한 창의성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가열하면서 물질이 기체로 변하고 부피가 팽창하는 현상에 대한 돌턴과 아보가드로의 생각 차이는 아보가드로의 분자 개념과 함께 과학교육에서 반드시 다루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동일한 자연 현상에 대한 돌턴과 아보가드로의 설명 중에서 어느 것이 옳은 지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당대의 과학자들도 보이지 않는 존재를 가정하고 추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가설을 창안해내었다는 점을 가르치는 것은 학생들에게 과학이라는 학문을 이해시키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보가드로가 기체 부피와 분자 사이의 관계를 가정할 때 돌턴의 열소 덮개 개념을 버리고자 한 이유는, 실험 자료에 의한 확신 때문이 아니라 분자가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모르면서 이를 가정하는 것이 과학적 사고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돌턴의 생각을 버리고, 부피에 따른 입자의 수가 기체와 무관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는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과학에 대한 아보가드로의 신념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아보가드로는 돌턴의 ‘열소 덮개’ 개념을 버림으로써 더 이상 화학적으로 분해되지 않는 원소로 이루어진 기체를 구성하는 입자는 원자가 아니라 나누어질 수 있는 분자라는 개념을 창안할 수 있었다. 돌턴의 원자설과 게이뤼삭의 기체반응의 법칙을 서로 보완하기 위해서는 아보가드로가 제안한 ‘나눌 수 있는 완전체’의 개념이 필요했다. 그러나 돌턴은 기체반응의 법칙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고, 게이뤼삭은 스승의 영향으로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킬 용기가 없었기 때문에, 아보가드로가 이 문제를 해결하게 된 것이다.

게이뤼삭은 기체 반응 부피의 법칙을 증명하기 위해 산화질소(Ⅱ)반응을 이용하였는데,18) 이를 돌턴의 원자 가설과 결합시켜 아보가드로의 설명으로 구성하면 <그림 7>의 내용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된다.

그림 7. 게이뤼삭과 돌턴의 생각을 결합시킨 아보가드로의 설명.

질소 1부피와 산소 1부피가 결합하면 산화질소(Ⅱ) 2부피가 생긴다.

… 게이뤼삭의 기체반응의 법칙

묶음 개체입니다.

     질소 1부피

    산소 1부피

     산화질소(Ⅱ) 2부피

산화질소(Ⅱ)는 질소 원자 1개와 산소 원자 1개로 구성되어 있다.  

… 돌턴의 원자설

                      

질소 

산소

         산화질소(Ⅱ)

질소 1부피에 포함된 질소 원자의 수와 산소 1부피에 포함된 산소 원자의 수는 동일할 것이다.                              … 게이뤼삭의 가정

돌턴의 생각처럼 질소와 산소 1부피 속에 원자 1개가 포함되어 있다면, 생성된 산화질소(Ⅱ)는 질소 원자 1/2개와 산소 원자 1/2개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 게이뤼삭의 추론 (돌턴의 원자설 수정을 요청)

 

 

 

 

 

 

묶음 개체입니다.

질소 1부피

산소 1부피

        산화질소(Ⅱ) 2부피

원자가 쪼개지지 않고 기체반응의 법칙이 성립되려면 생성물 기체의 최소수에 해당하는 만큼 반응물 기체의 원자들이 결합해야 한다               

               … 아보가드로의 분자 가설 

묶음 개체입니다.

질소 1부피

산소 1부피

   산화질소(Ⅱ) 2부피



2.5. 칸니차로(Stanislao Cannizzaro)의 사고 과정


그 당시 전기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였던 앙페르(André-Marie Ampere)도 아보가드로의 가설과 같은 견해를 발표하였지만, ‘기체반응의 법칙’을 인정하지 않았던 돌턴은 물론이고, ‘기체 반응의 법칙’을 인정한 베르셀리우스(Jöns Jacob Berzelius)도 역시 아보가드로의 가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베르셀리우스는 화학결합의 원인을 반대 전하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전기적 이원론’을 주장하였다.19) 따라서 같은 전하를 띠는 동일한 두 원자가 서로 결합한다는 아보가드로의 가설을 수용하기 어려웠다.

또한 아보가드로의 가설에 불리한 실험 결과도 발표되었다. 그의 가설에 따르면 물질의 분자량은 기체 밀도로부터 구할 수 있다. 프랑스 화학자 뒤마(Jean-Baptiste Dumas)는 고체와 액체의 질량을 측정하고 이를 가열하여 기체로 변화시킨 후에 부피를 측정함으로써 물질의 밀도를 구하였다. 그리고 아보가드로의 가설에 근거하여 분자량을 측정하였다. 그러나 그 값은 산화물을 분석하여 얻은 분자량과 달랐다. 예를 들어 인이나 황의 분자량은 산화물 분석으로 얻은 값의 2배, 혹은 3배로 나타났다. 이는 아보가드로의 가설 때문에 뒤마가 모든 기체를 2원자 분자로 생각하였기 때문에 나타난 오류였다.

당시 화학자들은 원소를 구성하는 원자와 분자를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 지에 대한 기준을 정하기 어려워 혼란에 빠졌으며, 학자에 따라 다른 화학식을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물을 돌턴은 HO로 표현하고, 아보가드로는 H2O로, 다른 과학자는 H2O2로 표현하는 식이었다. 이러한 혼란은 아보가드로가 분자를 생각한 후 50년 동안 지속되었다.20)

아보가드로가 죽고 3년 후인 1859년에 칸니차로는 혼란스러웠던 화학의 이론적 틀을 정립하기 위하여 아보가드로의 가설을 도입하였다. 그는 “기초화학 강의요약(Sunto di un corso di filosofia chemica)”을 만들어서 돌턴의 원자와 아보가드로의 분자를 구분하고, ‘일정한 기체 부피 안에 같은 수의 분자가 존재한다.’는 아보가드로의 가설로 게이뤼삭의 기체 반응의 법칙과 뒤마의 증기 밀도 측정 등을 설명하였으며, 수소 원자 1개의 원자량을 1로 잡고 그것을 기준으로 하여 다른 원소들의 원자량과 분자량을 어떻게 계산할 수 있는지 설명하였다. 이때 그는 뒤마의 가정과 달리 원소를 이루는 분자는 2원자 분자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가 존재할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그 당시 원자가 이론을 발표한 케쿨레(August Kekulé)는 프랑스 화학자 뷔르츠(Charles Adolphe Wurtz)와 협의하여 혼란스러운 화학에 대한 합의를 위해 독일의 카를스루에에서 1860년에 제 1회 국제 화학자 회의를 개최하였다. 이 문제에 공감한 120명의 화학자들이 모였을 때, 회의에 참석한 칸니차로는 자신이 만든 “기초화학 강의요약” 팸플릿을 학회에 참석한 화학자들에게 나누어주었다.21) 그의 주장은 바로 인정받지는 못하였으나, 이를 계기로 화학자들은 칸니차로의 생각을 발전시켜 원자량에 의한 원소 분류를 정립하였으며, 이를 근거로 원소의 주기율표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3. 과학교육에 주는 함의


우리나라의 과학교과서에서 입자의 개념을 다루는 학년과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표 1>과 같다. 

그림입니다.

표 1. 교육과정에 제시된 입자에 관련된 내용.

우리나라 교육과정의 초창기라고 할 수 있는 1차와 2차 교육과정에서는 중학교 1학년, 즉 7학년에서 최초로 원소와 원자, 분자의 개념을 제시하였다. 이 때 제시된 내용은  이 연구에서 분석한 돌턴과 아보가드로의 개념에 해당한다. 그러나 단순히 개념의 용어 설명 정도로 제시되어 있으며, 원자나 분자의 개념이 형상되는 과정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과학 개념의 형성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 형태라고 보기는 어렵다.

3차 교육과정의 5학년에 제시된 분자의 개념은 그리스 시대부터 이어져 온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라는 개념도 동일하며, 단지 용어만 아보가드로의 분자를 제시하였다. 이는 처음 도입할 때부터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각에 따라 물질의 기본 단위인 분자라는 용어를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분자라는 용어가 본래 가지는 의미인 ‘더 나눌 수 있는 입자’란 의미를 가지지 않고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로 제시하기 때문에 8학년(중학교 2학년)에 제시되는 분자라는 용어와 초등학교 5학년 분자 개념은 서로 충돌하게 된다. 8학년에서 제시하는 분자 개념은 돌턴의 원자 개념과 함께 앞서 고찰한 과학사적 관점이 포함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사적 의미에서 3차 교육과정의 내용을 재구성한다면, 초등학교 5학년에서는 입자라는 용어를, 그리고 중학교 2학년에서는 분자라는 용어를 제시하고, 이 두 용어가 가지는 과학적 의미의 차이를 구분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과학의 개념이나 용어 역시 시대에 따라 다른 형태로 변화되어 가면서 발달한다는 것을 과학교육과정 안에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3차 교육과정부터는 변화에서 어떤 규칙성이 보인다. 3차 교육과정부터 7차 교육과정까지는 지속적으로 입자를 다루는 학년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학생들이 과학을 어려워한다는 점을 해소하기 위한 교육적 노력이었지만, 학년을 올려서 입자의 개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보다는, 입자 개념을 사고하는 방식을 제대로 가르쳐서 학생들의 이해를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2007년 개정교육과정을 과도기로, 2009년 개정교육과정에서는 학년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학년군으로 묶어서 집중이수제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중학교의 경우에 7, 8, 9학년의 구분이 없어졌다. 그러면서 입자의 개념 측면에서 본다면 3차 교육과정의 체제와 유사한 방식으로 변화되었다. 이는 2009년 개정교육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과학자들이 3차 교육과정 시대에 중등학생이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자신이 배운 방식에 대한 익숙함이 가르치는 방식의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어떤 교육과정에서도 입자라는 개념의 발달 측면에서 학생들의 사고 전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형태의 내용을 제시하지는 못하였다고 본다.

7차 교육과정까지 다룬 원자와 분자의 개념은 돌턴과 아보가드로가 제시한 내용에 해당한다. 그러나 2007년과 2009년 개정교육과정에 개입한 과학자들은 매우 성급하게, 돌턴과 아보가드로의 원자와 분자 개념을 버리고 처음부터 보어의 원자모형을 중학교에 도입하였다. 이는 과학자들이 과거의 흘러간 지식을 다시 반복하기 보다는 현대의 첨단 과학 지식을 빨리 배우는 것이 과학자의 길을 가는데 중요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사를 고찰해 본다면, 과학 지식은 자연에 대한 사고의 과정이며 끊임없이 변화되고 발달되어 가는 것이다. 따라서 사고의 발달 과정을 생략한 채로 현재의 상태만을 제시한다면 이는 단편적 지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특히 과학을 단편적 지식 암기로 받아들이는 학생들이 훗날 훌륭한 과학자의 길을 걸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과학자에게 요구되는 탐구적 사고는 과거의 과학자들이 어떤 탐구적 사고를 통해 과학 개념을 발달시켰는지 살펴봄으로써만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학 개념의 발달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지식을 암기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용어만으로 원자, 분자 뿐 아니라 원소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비단 학생들 뿐 아니라 교과서 저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한 중학교 과학 교과서 단원의 제목은 “물질 속에서 원자는 어떻게 배열하고 있을까?”이지만, 본문의 내용에서는 원자를 제시하지 않고  물질이 분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탐구 활동은 물과 과산화수소의 성질이 다른 이유를 같은 원소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분자식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함으로써 원소, 원자, 분자의 개념을 혼용하여 사용하였다.

이 연구를 통해 과학사적으로 원소, 원자, 분자 등의 과학 개념들이 어떤 사고과정을 거쳐서 형성되고 변화되어 나갔는지 살펴보았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학교 과학교육에 포함시킨다면 학생들의 탐구적 사고를 기르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으며, 교과서에 제시되는 용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또한 스스로 보다 적절한 상황에 맞는 창의적인 개념 도출의 훈련도 가능할 수 있다. 이러한 과학자의 사고 과정을 생략한 채 과학 용어만을 제시한다면  물질의 근본에 대한 창의적 사고 형성을 학생들에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빨리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훌륭한 과학자를 배출하고 싶은 학자들의 조급한 마음이 진정한 과학자 양성을 위한 교육의 기회를 앗아가는 것이다. 더구나 이 연구에서 분석한 과학자의 창의적 사고의 산물인 입자 개념을 마치 관찰 가능한 자연 세계인 것처럼 과학 교과서에서 묘사함으로써 학생들이 과학에서 다루는 모델과 자연 현상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이 연구의 내용은 과학교육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 준다고 본다.




Using History of Science in Science Education


PAIK Seoung Hey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Education)


Abstract. In this study, I suggest to use history of science for teaching scientific reasoning of scientists. I provide some educational materials from history of particle theory developed by Gay-Lussac, Dalton, Avogadro, Cannizzaro, etc. This study shows that educational materials using history of science help to improve teaching by compensating for revised science curriculum of Korea.      


Key words. science education and history of science, particle theory, chemical education, history of chemistry.  





투고 2013년 10월 25일. 심사 2014년 2월 20일. 게재 확정 2014년 2월 20일.

1) Michael Laing, “Lavoisier Preempted Gay-Lussac by 20 Years,” Journal of Chemical Education 75 (1998), pp. 177-178.

2) 정원우, 송진웅, 이우붕, 권용주, 조숙경, ≪과학사의 이해≫ (경북대학교 출판부, 2000); 이길상, ≪화학사상사≫ (연세대학교 출판부, 2002).

3) 오준석, ≪화학원론≫ (형설출판사, 1985).

4) 이길상, 같은 책.

5) Robert Boyle, The Sceptical Chemist (New York: J. M. Dent & Sonts, Ltd., 1661).

6) 다케우치 요시토 지음, 박택규 옮김. ≪화학의 기본 6가지 법칙≫ (전파과학사, 2012).

7) 손영운, ≪청소년을 위한 서양과학사≫ (도서출판 두리미디어, 2006).

8) 다케우치 요시토, 같은 책.

9) 정원우 등, 같은 책.

10) Gillian Gassa, “Spheres of Influence: Illustration, Notation, and John Dalton’s Conceptual Toolbox, 1803-1835,” Annals of Science 64 (2007), pp. 349-382.

10) John Dalton, A New System of Chemical Philosophy (London: S. Russell for R. Bickerstaff, 1808).

11) A. Avogadro, “Essay on a Manner of Determining the Relative Masses of the Elementary Molecules of Bodies, and the Proportions in Which They Enter into These Compounds,” Journal de physique, de chimie, dhistoire naturelle et des arts 73 (1811), pp. 58-76. 원본은 프랑스어로 출판되었으나 다음 웹사이트에서 영문 번역본을 볼 수 있다. http://web.lemoyne.edu/~giunta/avogadro.html (2011. 6. 20 접속).

12) A. Avogadro, ibid.

13) A. Avogadro, ibid.

14) A. Avogadro, ibid.

15) 다케우치 요시토, 같은 책.

16) 이길상, 같은 책.

17) A. Avogadro, ibid.

18) 이길상, 같은 책.

19) 다케우치 요시토, 같은 책.

20) 다케우치 요시토, 같은 책.

21) Aaron J. Ihde, “The Karlsruhe Congress: A centennial retrospective,” Journal of Chemical Education 38 (1961), p.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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